TIF(티후) 관련 정보

그래도 아직은 TOKYO IDOL FESTIVAL이 갈 만한 이유 (부제: 올해 처음 티후를 생각하는 오타쿠에게)

진타(ZiNTA) 2024. 3. 31. 18:40

※ 아래는 일개 오타쿠 개인의 생각입니다. 반박시 님 말이 맞고 또한 동의합니다.

 

 

완연한 봄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이다.

날씨는 곧 따뜻함을 넘어 더워지기 시작할거고 금방 여름 페스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올해 나츠조메는 벌써 스타트를 끊었다) 매년 루틴이 비슷하기 때문에 성수기의 비싼 항공권과 숙박 요금을 걱정하기 시작하는 원거리 오타쿠들은 매년 이 맘때쯤부터 여름 페스(보통 6월초부터 초가을이 들어가는 9월말까지) 참전 계획을 세운다.

 

매년 업데이트 할때마다 오타쿠 이력서 같다는 생각을 한다

 

미리 밝히지만 나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코로나로 입국이 안되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TIF(이하 티후)를 전일 FULL로 끊어온 티후 처돌이이다. 이미 티후를 경험한 어지간한 짬밥 찬 도루오타들이라면 최근에는 '티후'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아재, 요즘 티후를 누가가요?" 가 먼저 나오고 이어서 바로,

 

"더워서 싫다"

"너무 비싼 티켓"

"다른 좋은 페스들이 더 많다"

 

등의 그돈씨급 반응이 나온다.

뭐 이런 반응이 이상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공감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그 뜨거운 땡볕의 오다이바에서 서로 땀 튀겨가면서 노는 티후를 고집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티켓 교환은 반대편이 더 가까운데도 첫날 굳이 Zepp Divercity를 지나가는 이 코스를 선택하는 것은 이 광경을 보는 것부터 뽕으로 취하기 때문인 듯

 

 

1. 그나마 외국인 친화적인 페스

코로나 이전까지 일본 아이돌 시장의 폐쇄성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플러스와 티켓피아의 인증에서 번번히 무너지고 일본에 살고 있는 지인찬스를 쓰거나 대행사에 엄한 돈을 써온 오타쿠들이라면 잘 알거다. 그런데 이른바 페스 초기부터 '글로벌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티켓을 지원하고 더불어 (지금은 아니지만) 외국인 한정 무료 티켓까지 지원했던 페스가 있다면? 이게 별건가? 싶지만 당장 지금 티후 홈페이지를 들어가봐도 알 수 있듯이 영문/중문으로 홈페이지 만들어서 [공식적으로] 외국인을 지원하는 아이돌 페스는 티후가 거의 유일하다.

 

"나는 그런거 없어도 요즘은 O나셀, OO스마트 같은 유심쓰고 인증해서 잘 다니는데요?" 하는 오타쿠들도 있겠지만 그건 애초에 인증 절차를 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글로벌 티켓은 외국인임을 인정 받고 서비스를 받는 것임을 생각하면 한 차원 더 높은 것이다. 그냥 일반적인 방법으로 거지 같은 인증절차 없이 글로벌 티켓을 따로 운영해서 외국인임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곳은 내가 아는 한 티후 밖에 없음.

 

 

2. 그 어떤 아이돌 페스보다 넓은 커버리지

하로, 48/46, WACK, 스타다, 디어스테 오타쿠들이 같은 날에 동일한 장소에서 뒤섞여서 놀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있나 싶다. 티후는 평소 다른 차원의 세계 마냥 섞이기 어려운 아이돌이 사무소를 막론하고 대부분 참전하는 동시에 아이돌 오타쿠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있는 모든 군상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끔은 아이돌보다 오타쿠들을 보는 것이 더 재미가 있음.

솔직히 매번 도겐자카만 왔다갔다 하는 인생에게 하로 볼 수 있는 날이 몇 번이나 있겠냐고

 

본인이 특정 사무소와 계외에 강력하게 묶여있고 지금은 그 외 다른 그룹에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서 다른 그룹 보는것 자체가 시간낭비처럼 느껴진다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아무 생각없이 평소 신경쓰지 않았던 그룹이나 오타쿠들을 보는 것을 추천하는 편임. 아무런 생각 없이 보게 된다면 오히려 신선할 수 있다.

 

 

3. 영혼을 갈아서 준비하는 사무소와 아이돌의 각오

출전 못한 아이돌이 "올해 출전하지 못해서 분하다." 라고 얘기를 하는 아이돌 페스는 티후 밖에 없다. 우천으로 무대가 취소 되어서 너무 억울한 나머지 멤버들이 눈물을 흘리는 페스도 티후 밖에 없음.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일년 중 개최되는 페스 중 가장 큰 아이돌 페스이고 주목도가 높은 만큼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사무소/아이돌 입장에서는 큰 거 한 방을 노리고 전세역전을 꿈꾸는 쪽이 많다. 애초에 중소규모의 사무소 입장에서는 출전여부 자체가 이슈가 되는 것일 정도로 신경쓰이는 것이 당연할 수 밖에.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상의 셋리와 컨디션을 가지고 무대에 임하는 것은 어떤 페스를 나가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이걸 넘어서 평소에도 개성 강한 일부 사무소는 아예 '티후전용' 셋리를 가지고 나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BiSH의 BiSH-星が瞬く夜に 6회, MIGMA SHELTER의 메가믹스, 일부 그룹의 전용 SE 등은 티후가 아니면 보기 힘든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난 개인적으로 티후에서는 진짜 "꼭" 봐야하는 1-2팀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냥 평소 몰랐던 팀들 대충 보라고도 권한다. (잘 모르는 팀들로 타이테 그냥 일렬로 쫘악 깔아버리는 것 강추함) 대부분의 팀들이 이를 갈고 나오기 때문에 티후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나을 수 있다고. 별 생각없이 그냥 넘기려던 팀들 보다가 갑자기 대가리 깨지고 노선변경 하는 오타쿠들도 많이 봤음.

 

새로운 의상, 신곡 등 각종 티후 한정판 적극권장

 

각 사무소 마다 굳이 티후 전용으로 타이테 이미지를 만들어서 뿌리는 것만 봐도 티후에 임하는 자세가 어떤지 알 수 있다.

 

 

4. 매년 나오는 로컬 그룹 드라마

위 3번의 파생 같은 이야기로 대형 사무소의 경우 애초에 티후에서 데뷔를 하는 금수저들도 있지만 매해 출전여부가 불투명한 지방 중소규모 사무소들 입장에서는 꿈 같은 얘기이고 지금도 예선을 거쳐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어찌저찌 예선을 뚫고 와서 한 번 무대서는데 총력을 다해 결집하는 로컬 아이돌은 그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이미 드라마의 완성이다.

 

또 그런 그룹을 지원하기 위해서 같이 상경해서 일당백의 모습을 보여주는 오타쿠들 이야기 또한 눈물 없이 볼 수 없음. 어느 페스에서 로컬 그룹의 20-25분짜리 무대를 위해서 생판 모르는 오타쿠들에게 사이리움 돌리고 믹스/콜 도와달라고 부탁하겠는가? 티후 밖에 없다. (끝나고 나서 협력 감사하다고 외치고 박수쳐주는 것 듣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뭉클해짐)

 

2015년 티후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그 다음주 원맨에서 바로 매진을 기록했던 오사카☆춘하추동 (그 뒤의 메이저행도 결국 이게 기폭제가 아닌가 싶고)

최근에는 무명 아이돌의 대형광고 수단을 넘어서 아예 티후에서 데뷔하는 기획까지 가지고 나온 듯

 

 

5. 일년 중 한 번만 허락되는 야외 스테이지

Smile Garden의 유서 깊던(!) 무전언덕이 폐쇠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건담 앞이 건재하고 스카이 스테이지가 남아있다. 점프가 안되는 아쉬움이 없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스카이 스테이지 공연을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평소 지하의 어두컴컴한 조명에만 익숙해져있다가 밖으로 나왔을때 그것도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무대를 보는 기분은 그 자체가 상쾌할 수 밖에 없음. 이런 무대도 역시 티후 밖에 없다.

2023년 티후 스카이 스테이지 (베루하는 우천 취소 되었지만ㅠ)

 

 

6. 도심에서 가까운 야외 페스

사실 찾아보면 야외페스는 꽤 있지만 생각만큼 티후(오다이바) 이상으로 교통편이 좋은 야외페스가 별로 없다. 더불어 판이 크다보니 라이브가 아니더라도 (더위만 잘 견딘다면) 물판장에서 놀만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더불어 이건 모든 야외페스 똑같은 얘기긴 하지만 자연광이라 대충 찍어도 체키가 잘 나온다. 애초에 어두컴컴한 배경만 보다가 텐트안이라고 해도 지하에서 찍은 체키들과는 광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체키를 건질 수 있음.

대충 찍어도 티후 체키는 나쁘지 않다 (나쁜건 오타쿠일뿐;

 

티후 용비어천가를 마치며

사실, 최상의 컨디션에서 라이브 보고 특전회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티후는 가성비 나쁜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 맞다. (나 같아도 평소라면 그냥 규농이나 리딩을 가겠음) 하지만 그럼에도 일년 중 단 3일인 티후에서만 볼 수 있거나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아직은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느끼는 부분을 주저리 적어봤다.

 

매년 느끼는게 조금씩 다르긴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모먼트는 역시 평소에 다니는 주 겐바나 계외에서 볼 수 없었던 오타쿠들하고 같이 어깨 걸고 뛰어 놀았던 기억이 아닐까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같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 맛에 더위와 내 체력을 욕하면서도 매년 끊지를 못하는 듯.

 

티후 마지막날은 늘 건담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