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主)겐바 이야기

같은 판에서 공존한다는 것의 의미

진타(ZiNTA) 2024. 8. 27. 00:31

 

따로 후기를 적지는 않았지만 지난 6월에 다녀온 MIGMA SHELTER(이하 미그마쉘터)의 LAST RAVE(6월 2일)와 이어서 열린 Finger Runs(이하 핑거런즈)의 결성이후 두 번째 원맨(6월 7일)에  라이브홀로 들어왔던 후라스타 2개의 이미지가 벌써 3개월이 다되어 가는데도 이따금씩 생각이 난다.

 

먼저 미그마쉘터 마지막 공연(현 체제종료)때는 situasion(이하 시츄아시온) 오타쿠들이 후라스타를 보내놨다. 「폭음, 폭광, 폭춤의 친구에게」 라는 이름으로...ㅋㅋㅋ

 

보자마자 웃었지만 위트가 넘쳤고 동시에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 아마 미그마쉘터 오타쿠들은 다들 그랬을거야. 그 배경을 알고 있지만 왜 그렇게 느꼈는지 막상 설명하려니 너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

 

서로 표현은 안하지만 플로어에서만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감정이 있다. 특히, 미그마쉘터와 시츄아시온은 그 사운드부터 특유의 강렬함과 플로어를 휘젓는 느낌이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르고 다른듯 하면서도 뭔가 같은.

 

겐바 타이테에 같이 이름이 올라와있으면 지겨우면서도 정겹고 정겨우면서도 무언가의 경쟁심리도 갖게 되는 묘한 관계. 그래도 이쪽을 이해 못하는 애들 보다는 그냥 상대방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존재. 아마 미그마쉘터의 마지막을 보면서 시츄 오타쿠들도 몇년을 같이 보고 있던 어느새 정든 동네 이웃을 떠나보내는 느낌이었겠지. 비즈니스냄새 풀풀나는 후라스타들 사이에서 정말 사람 냄새 나는 후라스타였다. 

 

다음은 7일에 있었던 핑거의 원맨때 들어왔던 에아라의 후라스타. 아마도 멤버들의 의견을 받고 사무소에서 보낸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결성시기는 대략 1년 정도 에아라가 앞에 있지만 이건 핑거 오타쿠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데 정말 지겹게 많이 붙어다녔다...ㅋㅋㅋ

 

아직은 서로 궁하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경쟁하고 의지하고 뭐 견제도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듯. 아무래도 이 두 그룹도 위의 미그마쉘터와 시츄아시온처럼 그런 관계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음.

 

일년에도 수백번 열리는 타이반 사이에서 아이돌이든 오타쿠든 보통 본인들 그룹/계외만 기계적으로 챙기고 떠나는게 일반적인 경우이다보니 가끔씩 이렇게 중요한 이벤트에서 들어오는 짧은 메세지들이 「여기도 사람사는 동네이긴 하구나...」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줌.

 

지나간 얘기긴 하지만 예전 와타나베 쥰노스케가 그룹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쨌든 라이벌 그룹이 있는 것이 낫다라는 말을 몇 번 했던 것 같긴한데(심지어 이 양반은 없다면 같은 사무소에서 직접 만든다는 생각이었으니...) 꼭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도 내가 밀고 있는 그룹이 이렇게 친구, 라이벌 혹은 동업자 같은 의미로 다른 그룹과 1-2개씩은 얽혀있는 편이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점에서는 적극 동의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겐바라는 것에는 이런 서사적인 요소도 어느 정도는 포함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냥 무대가 있고, 라이브를 하고, 콜/믹스를 치거나 때로는 리프트/다이브를 뛰거나 하는... 겐바라면 있어야 하는 지극히 당연스러운 것 이외에도 무대에서 혹은 플로어에서 어느샌가 서로 얽히고 이야기가 쌓이다보니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 뭐 그런 또 하나의 작은 사회. 거기에 직간접적이 당사자가 되어있으니 더 재미있는거겠지.

 

후라스타 사진 2장 가지고 뻘-소리를 너무 길게 써놓은 듯....